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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노란 은행잎이 쌓이는 계절이다. 가로수로 많이 심는 나무 중 하나가 은행나무. 열매인 은행은 오래 전부터 약재로 사용할 정도로 효능이 많다.
< 본초강목 > 에는 "은행을 익혀서 먹으면 폐를 따뜻하게 하고 천식과 기침을 진정시킨다"는 내용이 있다. 실제로 은행에 기관지 점액 분비 기능 개선, 기관지 평활근 이완효과가 확인된 바 있다.
정이안 한의사(정이안한의원 원장)는 "급성 감기 때문에 기침 가래가 많을 때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지만, 폐기가 허약해 나타나는 오래된 기침을 진정시키는 데는 명약"이라고 설명했다.
천식 발작으로 가래와 기침이 심한 경우 불에 약간 구운 은행 5~6알을 하루에 한 번 먹거나 은행 깐 것을 밤꿀에 재어두었다가 1티스푼씩 먹으면 좋다.
또 은행은 강장, 강정 효과가 있어 여성들의 냉증 해소에 좋다. 냉이 많은 여성은 은행과 마를 같은 분량으로 섞어 가루를 낸 뒤 밥을 먹기 전에 12g씩 먹는다. 소변이 잦을 때도 은행이 방광을 따뜻하게 해서 먹으면 요의를 억제한다. 야뇨증이 있는 아이에게도 잠들기 3시간 전에 구운 은행 5~6개를 먹이면 효과가 있다.
다만 은행에는 독이 있으므로 날로 먹거나 한꺼번에 많이 먹지 않도록 주의한다. 은행을 먹을 때는 10알 이상 먹지 않는 게 좋다. 많이 먹으면 구토, 설사, 열, 경련 등의 중독 증상을 보일 수 있다. 날 은행의 경우 은행 특유의 맛을 내는 청산배당체가 많이 들어 있다. 다행히 청산배당체의 독성분은 익히면 없어지므로 은행은 반드시 익히거나 구워 먹는다. 종이 우유팩에 은행알을 넣고 전자레인지에 1~2분 정도 익히거나 프라이팬에 식용유와 소금을 조금 넣고 익혀 먹어도 된다. 중독증상이 나타날 때는 감초 달인 물을 마시면 해독된다.
한 가지, 은행 겉껍질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는 '비오볼'이라는 독성물질 때문이다. 날 은행을 많이 만진 후에는 옻이 오르는 것처럼 피부염이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기침, 가래로 고생할 때는 은행술이 좋다. 은행 500g을 볶아서 뜨거울 때 속껍질을 벗긴다. 병에 은행을 넣고 소주 1.8ℓ를 붓는다. 각설탕도 5~20g을 넣어 잘 밀봉한 다음 시원한 곳에서 1년 이상 숙성시킨다. 숙성된 후에도 재료를 건져내지 않고 그대로 둔다. 연한 노란색 약술이 되면 꿀이나 설탕을 적당히 타서 마신다.